안녕하세요 랑나입니다.

랍스터 하면 아주 고가라는 인식이 강한 음식입니다. 심지어 랍스타 무한리필로 유명한 한 뷔페가 1인당 10만원대인 곳도 있을 정도로 가격이 사악한 음식인데요. 천호동에 랍스터를 무려 2만 5천원이면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한걸음에 달려가봤습니다. 천호역에서 걸어서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씨푸드 박스]라는 곳인데요, 테이스티로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라고 합니다.

큰 도로에서는 씨푸드 박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간판도 작을뿐더러 빌라들 사이에 있던터라 도대체 어디있다는 거지 하면서 한참을 뱅뱅 돌아 찾아다녔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가셔야 보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광나루민물장어집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럼 상당히 이색적인 시푸드박스 가게가 보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수산시장이나 야시장같다고나 할까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로 테이블들이 여러개 놓여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평일 오후 6시 반정도였는데 7~8시를 넘기니 사람들이 꽉들어차더라고요. 인기많은 집인건 확실했습니다.

가게 한쪽 벽에 걸려있는 씨푸드박스 메뉴판 사진입니다. 칙스 즉 작은 랍스터 한마리는 2만5천원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개찜이 같이 나오는 메뉴는 만원 추가해서 3만5천원입니다. 랍스터를 2만원대에 먹을 수 있는 가게는 정말 흔치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500g짜리 랍스터 메뉴와 1kg짜리 랍스터 메뉴가 가격차이가 상당한데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말 크기가 아예 다르더라고요. 랍스터 한마리가 그 큰 쟁반을 뛰어 넘어서는 크기였습니다. 저는 둘이서 갔기에 '랍스터 플레이트' 3만5천원짜리 메뉴를 시켰습니다. 라면 전골을 먹을것이기 때문에 많은양은 필요없겠다 싶었죠.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니 식당 내부에 수족관 같은곳에 랍스터들이 우글우글 합니다. 징그럽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하고 실제로 눈앞에서 랍스타들을 볼 기회가 적기에 사진을 마구 찍어댔습니다. 팔팔하게 움직이는게 싱싱해보이더라고요.

곧바로 나온 홍합탕과 소스들입니다. 저 홍합탕이 아주 신스틸러였네요. 정말 칼칼하고 매콤한데다 홍합의 시원한 육수맛이 그대로 전해져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였습니다.

15분쯤 기다리니 랍스터 한마리와 조개찜이 수북하게 나왔습니다. 처음에 아무런 장비도 안주고 통째로 나와서 놀랐지만 잠시 사진찍을 시간을 주시는건지 가져다주시고 한 1~2분뒤에 오셔서 해체 해주시러 다시 가져가십니다. 그사이 폭풍 사진을 찍었더랬죠.

1분도 안걸려 랍스터 한마리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나왔습니다. 먹기 좋게 집게부분을 오동통하게 잘라주시고 배딱지 딱 열고 머리 쫙 갈라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맛은 정말 딱 '게 찐맛' 입니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버터구이 랍스터나 치즈 올려져있는 랍스터를 생각하시면 좀 많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특별하게 랍스터 맛이 있는건 아니었고 해산물 향이 나는 단백질을 씹는 듯한 맛이였습니다. 간이 아예 안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에 가져다 주신 네가지 소스를 활용해야 합니다! 네가지 소스중 특히 하얀색 타르타르소스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새콤하고 달달한게 랍스터와 잘어울렸습니다. 전 정말 소스를 듬뿍듬뿍씩 찍어 먹었습니다. 랍스터 맛을 보러 갔다기 보다 소스 먹으러 간듯한 느낌이 있었네요.

500g이 생각보다 살의 양이 적더라고요. 1kg짜리 시키신 손님 테이블을 보니 정말 살이 아주 풍성해가지고 넘쳐 흐를정도였는데 말이죠. 둘이서 랍스타만 먹으러 가신거면 500g은 약간 적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라면 전골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7천원인 라면전골을 시키면 우선 김치 한사발과 신라면 2개를 가져다 주십니다. 메뉴판에도 써있듯이 신라면 끓이는 것은 셀프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먹던 랍스터를 라면 전골에 넣을건지 말건지를 여쭤보고 다 넣는다고 하면 쟁판째로 가져가셔서 손질 후 전골에 넣어주십니다. 살을 미처 다 발라먹지 못했는데 어리둥절 하는 사이 전부 가져가고 말았네요.

그리고 약 5분뒤 전골 냄비와 가스버너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냄비 안에는 콩나물과 고추와 파가 올려져 있었고 그위에 고춧가루 한숟갈 크게 따악 하고 올려져 있었습니다. 조개도 많이 들어가있고 육수도 홍합탕의 그 육수와 비슷한 맛이 났습니다. 아까 빼앗겼던 랍스터들과 조개찜 남은것들도 다 같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조개찜은 남은것을 손질해서 안에 살들만 넣어주시더라고요. 괜히 아까워했습니다. 백날 초장에 찍어먹느니 매콤한 라면 국물에 팔팔 끓여서 한번 별미로 먹는것도 아주 좋겠다 싶었죠.

육수가 끓기 시작해서 라면과 스프를 몽땅 넣고 펄펄 끓여줬습니다. 비주얼이 와.. 너무 대박 아닌가요? 랍스터 대가리 하나가 떠억하니 튀어나오는데 라면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우는 진짜 랍스터 라면이 여기있었습니다. 각종 조개 종류에 홍합에다 해장에 최고봉 콩나물 팍팍 넣고 끓인 라면인데 어찌 맛이 없을수가 있을까요. 국물이 정말 상당히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라면 두개를 넣었을때 간이 아주 딱 좋았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육수에 간을 살짝 한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면 전골 국물이 아주 시원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라면'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였습니다. 라면이 이렇게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였다면 평생 라면만 먹고 살아도 행복하겠더라고요. 이 맛은 단연 두말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술 안주였습니다.

 

'최고의 술 안주'라는 이 말이 최고의 장점이자 최대의 단점이였는데요. 이 '씨푸드 박스'는 대체적으로 준비되어있는 메뉴나 기본찬으로 나오는 홍합탕만 봐도 밥집은 아니고 술집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1차로 식사 하시고 와서 2차로 술한잔 걸치러 오는 술집으로 아주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양 때문만은 아니라 랍스터가 솔직히 '특별히 맛있다' 정도의 맛은 아니었기에 둘이서 1kg을 시킨다 하더라도 금방 물릴것 같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랍스터를 맛볼 수 있다는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저 랍스터 라면 전골이 정말 많이 땡기네요.